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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여행] 2. 27일간 러시아를 횡단한 실제 여행 코스

by 채록_ 2026. 9. 7.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건 어디에서 내리고, 며칠씩 머물 것인지 정하는 일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지도만 보면 러시아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쭉 가면 될 것 같지만, 막상 일정을 짜려고 보니 문제가 하나 있었다.

 

러시아가 너무 컸다...🫠

 

도시 하나를 이동하는 데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처음부터 가보고 싶었던 도시도 있었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도시도 있었다.

 

그리고 이왕 러시아를 횡단하는 거,

갈 수 있는 곳은 최대한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하나둘 추가하다 보니 최종적으로 27일 동안 7개 도시를 여행하는 일정이 만들어졌다.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

2019년 8월 6일 러시아에 도착해 8월 31일 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기까지, 내가 이동한 경로는 다음과 같다.

블라디보스토크 → 하바롭스크 → 이르쿠츠크 → 예카테린부르크 → 카잔 → 모스크바 →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동쪽 끝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여행 전에 휴대폰 캘린더에 만들어뒀던 실제 일정표.

 

당시 기록을 다시 찾아보니 도시뿐만 아니라 열차 출발 시간, 도착 시간, 객차와 좌석까지 꽤 꼼꼼하게 적어놨다.

덕분에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당시 여행 일정을 거의 그대로 복원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일정은 이랬다.

날짜일정
8/6~8 📍 블라디보스토크
8/8~9 🚂 블라디보스토크 → 하바롭스크
8/9~10 📍 하바롭스크
8/10~13 🚂 하바롭스크 → 이르쿠츠크
8/13~17 📍 이르쿠츠크
8/17~19 🚂 이르쿠츠크 → 예카테린부르크
8/19~20 📍 예카테린부르크
8/20~21 🚂 예카테린부르크 → 카잔
8/21~22 📍 카잔
8/22~23 🚂 카잔 → 모스크바
8/23~27 📍 모스크바
8/27 🚂 모스크바 → 상트페테르부르크
8/27~31 📍 상트페테르부르크
8/31 ✈️ 귀국

지금 다시 봐도 꽤 부지런히 움직였다.

한 도시에 오래 머무는 여행보다는 러시아를 동쪽에서 서쪽까지 이동하면서 최대한 다양한 도시를 직접 보는 여행에 가까웠다.


왜 7개 도시나 넣었을까? 🤔

당시 시베리아 횡단여행을 준비하면서 찾아봤을 때 대표적으로 많이 보였던 곳은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그대로 네 도시만 여행해도 충분했겠지만 나는 욕심을 조금 더 냈다.

 

이왕 러시아까지 가는 거, 가볼 수 있는 곳은 다 가보자.

 

그리고 아주 현실적인 이유도 하나 있었다.

며칠씩 계속 열차 안에만 있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았다ㅋㅋ

 

그래서 긴 열차 이동을 중간중간 끊으면서, 그 사이에 가볼 만한 도시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바롭스크, 예카테린부르크, 카잔이 일정에 들어왔다.

노보시비르스크도 후보 중 하나였지만, 예카테린부르크와 카잔에 비해 끌리지 않아 빠졌다.

 

단순히 열차에서 내리기 위한 경유지를 넣은 건 아니었다.

 

찾아보니 각 도시마다 가보고 싶은 이유가 하나씩 생겼고, 결과적으로 이동도 끊고 새로운 도시도 보는 일석이조의 일정이 만들어졌다.


7개 도시는 이렇게 골랐다 📍

🚂 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 횡단여행의 시작점.

한국에서 비교적 가까우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시작하기 좋은 도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첫 번째 도시가 됐다.

여기에서 러시아 여행을 시작해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기로 했다.

🏙️ 하바롭스크

당시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정보를 찾아보면 함께 여행할 만한 도시로 하바롭스크도 종종 보였다.

어차피 앞으로 엄청난 거리를 기차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오래 열차를 타기보다는 하바롭스크에서 한 번 내려가는 일정으로 잡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의 첫 열차는 약 12시간.

지금 생각하면 앞으로 타게 될 열차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를 넣은 이유는 명확했다.

바이칼호를 보고 싶었다.

시베리아 횡단여행을 찾아보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였고, 그래서 다른 중간 도시보다 비교적 넉넉하게 시간을 잡았다.

러시아까지 갔는데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 예카테린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는 처음부터 알고 있던 도시는 아니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찾아보다가 그래피티 등 예술적인 분위기가 있는 도시로 소개된 내용을 보고 흥미가 생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한 번에 이동하기에는 열차를 너무 오래 타야 했다.

그렇다면 중간에 내려서 새로운 도시도 하나 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예카테린부르크가 일정에 추가됐다.

🕌 카잔

카잔 역시 여행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된 도시였다.

사진으로 본 도시가 예쁘기도 했지만, 특히 관심이 갔던 건 이슬람 문화와 러시아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도시라는 점이었다.

앞에서 지나온 러시아 도시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달 가까이 러시아를 여행하는 만큼 비슷한 도시만 보는 것보다 서로 다른 문화와 풍경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카잔도 슬쩍 일정에 추가.

이쯤 되면 ‘중간에 쉬기 위해 도시를 넣었다’기보다는 그냥 가고 싶은 곳이 많았던 것 같다ㅋㅋ

🏰 모스크바

모스크바는 당연히 가보고 싶었다.

러시아의 수도이기도 하고 크렘린, 레닌 묘처럼 직접 보고 싶었던 곳도 많았다.

횡단여행을 하는데 모스크바를 그냥 지나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래서 다른 중간 도시보다 비교적 길게 머무는 일정으로 잡았다.

🖼️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도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화려한 궁전과 미술관을 직접 보고 싶어서 처음부터 일정에 넣었던 곳이다. 특히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비롯해 볼거리가 많아서 다른 도시보다 비교적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았다.

시베리아 횡단 구간은 모스크바에서 끝났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도시로 정했다.


27일 중 거의 7일을 열차에서 보냈다 🚃

도시를 이렇게 많이 넣었는데도 열차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어마어마했다.

당시 캘린더에 저장해둔 실제 열차 정보를 다시 꺼내봤다.

이동 구간열차에서 보낸 시간
블라디보스토크 → 하바롭스크 약 12시간
하바롭스크 → 이르쿠츠크 약 62시간
이르쿠츠크 → 예카테린부르크 약 52시간
예카테린부르크 → 카잔 약 15시간
카잔 → 모스크바 약 13시간
모스크바 → 상트페테르부르크 약 10시간

특히 압도적인 건 하바롭스크 → 이르쿠츠크, 그리고 이르쿠츠크 → 예카테린부르크 구간이었다.

하바롭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는 무려 약 62시간.

기차에서 한 번 자고 일어났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아니다.

자고 일어나도 기차.
또 자고 일어나도 기차. 🚂

이르쿠츠크에서 예카테린부르크까지도 약 52시간을 열차에서 보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대륙을 가로지른다는 말만 들었을 때는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껴졌는데,

실제 일정표에 적어놓으면 그 낭만의 정체가 ‘열차에서 50~60시간 생활하기’가 되어버린다ㅋㅋ

그래서 중간중간 도시에서 내리는 일정으로 짠 건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열차 시간이 계산할수록 이상하다? 🕐

러시아 횡단여행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문제가 더 있었다.

시차였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다 보니 도시마다 시간대가 달라졌다.

예를 들어 하바롭스크는 당시 UTC+10, 이르쿠츠크는 UTC+8이었고, 더 서쪽으로 이동한 예카테린부르크는 UTC+5였다.

그래서 출발시간과 도착시간만 보고 단순하게 빼면 실제로 열차에서 보낸 시간과 맞지 않는다.

이건 당시에도 꽤 헷갈렸던 부분이고, 러시아를 횡단하면서 직접 경험하니 더 신기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서 계속 바뀌는 시차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한 편으로 자세히 풀어볼 예정이다.


계획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가서 생각했다 🫠

지금 여행을 준비한다면 숙소부터 가볼 곳, 교통편까지 꽤 많이 알아보고 갈 것 같다.

그런데 스무 살의 나는 달랐다.

출발하기 전에 중요하게 정해둔 건 대략 이 정도였다.

✈️ 항공권
🚂 도시 사이의 열차
📍 방문할 도시
📅 도시별 대략적인 체류 기간

왜냐하면 시베리아 횡단여행에서는 열차를 놓치면 이후 일정까지 줄줄이 꼬일 수 있으니 이동 일정은 정해둘 필요가 있었다.

반면 숙소나 세부적인 관광 일정은 훨씬 자유롭게 뒀다.

어느 날 어디를 갈지, 뭘 먹을지 같은 건 여행하면서 찾아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꽤 대담한 여행 방식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오히려 그게 좋았다.

정해진 시간에 열차만 제대로 타면 그 사이의 시간은 자유로웠다.

오늘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조금 더 머물고, 다음 날 무엇을 할지는 숙소에 돌아와서 찾아보는 식이었다.

큰 점들만 찍어놓고 그 사이의 선은 여행하면서 그렸던 셈이다.


도시에서 걷고, 다시 열차에 오르고

7년이 지난 지금 당시 일정표를 다시 보면 꽤 빡빡하게 움직였다는 생각이 든다.

27일 동안 7개 도시.

거기에 도시 사이를 이동하며 열차에서 보낸 시간만 거의 일주일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일정이 내가 하고 싶었던 시베리아 횡단여행과 꽤 잘 맞았던 것 같다.

한 번 열차에 올라 목적지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는 여행보다는,

며칠 동안 열차를 타고 → 새로운 도시에 내려 걷고 → 다시 열차에 오르고 → 또 다른 도시에서 내리는 것.

이 과정이 반복됐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했을 때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사이에는 단순히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하바롭스크도 있었고, 바이칼호를 보기 위해 찾아간 이르쿠츠크도 있었고,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예카테린부르크와 카잔도 있었다.

그리고 모스크바를 지나 마지막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이왕 가는 거 가볼 수 있는 곳은 다 가보자.

 

어쩌면 이 한 문장이 27일 여행 일정의 전부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정한 일곱 도시 중 첫 번째는 블라디보스토크였다.

 

다음 글에서는 러시아에 처음 도착했던 날부터 횡단열차에 오르기 전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낸 첫 이틀의 여행을 꺼내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