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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여행

[시베리아 횡단여행] 4. 첫 시베리아 횡단열차

by 채록_ 2026. 9. 8.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처음 타던 날, 나는 열차를 놓칠 뻔했다...

 

왜냐고...?

 

내가 몇 호차를 타야 하는지 몰랐으니까...

 

출발시간에 역에 도착했는가? O
내 앞에 열차가 있는가? O

티켓이 있는가? O

티켓을 읽을줄 아는가? X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드디어! 첫 시베리아 횡단열차

2019년 8월 8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틀간의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이 여행의 메인이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탈 시간이 됐다.

 

첫 번째 목적지는 하바롭스크.

 

내가 예약한 열차는 밤에 출발해서 다음 날 아침 도착하는 야간열차였다.

출발 2019.08.08 21:52
도착 2019.08.09 09:54
소요시간 약 12시간

 

밤 9시 52분에 출발해서 열차에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하바롭스크!

자는 동안 이동 + 숙박비 절약 = 완벽한 계획✨


근데 어디로 가요...? 🤷‍♀️

당시에는 러시아 철도청에서 미리 열차표를 예매했고, 메일로 받은 e-ticket을 가지고 있었다.

열차 출발시간도 있고, 도착시간도 있고, 좌석번호도 있다.

 

그러니 역에 가서 티켓을 보고 내 열차를 찾아 타면 끝!

...인 줄 알았는데.

 

열차 앞에 도착해서 e-ticket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내가 몇 호차를 타야 하는지 모르겠다.

 

열차는 엄청 길고, 출발시간은 다가오고.

 

심지어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러시아어라고 해봐야

즈드라스부이쩨 = 안녕하세요
다 = 네
니옛 = 아니오

정도였다.

'제 객차가 어디인가요?'라는 고급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고.

결국 객차 앞에서 티켓을 확인하고 있던 직원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e-ticket을 보여준 뒤,

🤷‍♀️

진짜 딱 이 포즈를 취했다.

말은 하나도 안 했지만 아마 내 표정에는 모든 것이 쓰여 있었을 것이다.

저... 이거... 어디로 가요...?

다행히 만국공통어인 바디랭귀지가 날 살렸다ㅋㅋㅋ

 

직원분은 바로 상황을 알아차리고 내가 타야 하는 객차까지 직접 데려다주셨다.

휴.

덕분에 첫 횡단열차 탑승 성공!

아니, 사실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탔다ㅋㅋ


7년 만에 알게된 티켓의 비밀ㅎ

첫 열차에서 제대로 헤맨 뒤, 하바롭스크에 도착해서는 러시아 기차표 보는 법부터 찾아봤다.

 

또 객차를 못 찾아 헤맬 수는 없으니까.

 

열차번호는 어디 있는지, 객차번호는 어디 적혀 있는지 하나씩 알아봤고 이후에는 종이 티켓도 따로 발급받아 들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 아니다.

2026년, 이 여행기를 다시 쓰려고 7년 전 e-ticket을 꺼내봤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근데 내 티켓에는 진짜 객차 번호가 없었나?

 

다시 찾아봤다.

 

있었다.

 

 

...있었구나?

 

내가 타야 했던 객차는 3호차였다.

그런데 당시 내가 예약한 좌석도 3등급이었다.

 

티켓에 3등급이라는 표시가 따로 있다 보니 숫자 3과 관련된 부분을 보고도

'아, 이것도 3등급이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 지나쳤던 것 같다.

 

결국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그렇게 찾아 헤맸던 객차 번호를

2026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알게 됐다👏

 

7년 만에 해결된 작은 미스터리.

 

다시 한번 당시 나를 객차까지 데려다준 직원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횡단열차는 어떻게 타는데?

한 번 경험하고 나니 이후부터는 훨씬 수월했다.

내가 2019년에 실제로 탔던 경험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대략 이런 순서였다.

① 역에서 내가 탈 열차를 확인한다.

② 티켓에서 객차 번호를 확인한다.

③ 해당 객차 앞으로 이동한다.

④ 객차 앞에서 티켓과 여권을 확인받는다.

⑤ 열차에 올라 내 자리를 찾는다.

간단하다.

나는 ②번을 못해서 그렇게 헤맨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여러 번 타다 보니 나중에는 익숙해졌지만, 첫 탑승 때는 열차번호부터 객차번호, 좌석번호까지 전부 낯설었다.

특히 러시아어까지 가득한 티켓을 처음 마주하면 뭐가 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객차 번호만 제대로 찾아도 절반은 성공이다.

나처럼 티켓 들고 🤷‍♀️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 이 내용은 2019년 당시 실제 탑승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현재 러시아 철도 이용 방법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내 자리는 통로 쪽 2층 침대 🛏️

우여곡절 끝에 열차에 올라왔다.

이미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통로쪽 좌석에서 바라본 열차

그리고 드디어 내 자리를 찾았다.

내가 이용한 곳은 3등급 객차의 통로 쪽 2층 침대였다.

처음에는 그냥 2층 침대구나 싶었는데 직접 올라가 보니...

좁다.

무엇보다 높이가 낮아서 침대 위에 허리를 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올라간다.
눕는다.
내려온다.

이렇게 사용하는 자리였다ㅋㅋ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2층에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

아래쪽에 있는 작은 발받침 같은 곳을 밟고 몸을 위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발 디딜 곳이 넓은 것도 아니고 열차는 움직이고 있고.

생각보다 은근히 어렵다.

짐까지 들고 있으면 난이도 상승..

 

배낭은 침대위에 던져놓고 올라갔고, 캐리어는 좌석 밑에 넣었던가 아니면 다른 승객 분이 머리위에 올려주셨던거 같다. (둘 중 하나인데 열차를 너무 많이 탔다보니 이때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ㅋㅋ)

 

2층으로 올라가는 법은 아래 사진에 1층 침대랑 2층 침대 사이에 있는 저 발판을 이용하면 된다.

저 발판이 생각보다 높이 있어서 바로 발판 밟기는 쉽지 않았던거 같다.

1층 침대쓰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1층 침대 살짝 밟고 발판 밟고 올라가야한다! 

 

통로도 써보고 안쪽도 써보고 1층 2층 다써봤는데 이거에 대한 비교 후기는 다음에ㅎ


러시아어는 몰라도 대충 알아듣습니다

자리를 찾고 나니 침구류도 받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시트와 수건 등을 따로 받아서 직접 자리를 정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용한 침구류는 내릴 때 다시 반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직원분이 이걸 러시아어로 설명해줬다는 것.

나는 러시아어를 못한다.

직원분은 러시아어로 열심히 설명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았다.

말은 못 알아듣는데 건네주는 물건과 손짓, 주변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대충 상황이 보였다.

아, 이거 깔고 자는 거구나.
이건 이렇게 쓰면 되는구나.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구나.

 

러시아어 능력 : 거의 0
눈치 능력 : 급상승📈

 

지금 생각하면 그걸 알아들은 게 신기하다ㅋㅋ

이후 러시아를 여행하면서도 이런 일이 꽤 많았다.

말 자체는 이해하지 못해도 상황을 보면 어떻게든 의미가 통했다.

 

여행할 때는 조그마한 여행용 러시아어 회화책도 하나 들고 다녔다.

열차에서는 워낙 할 일이 없다 보니 그 책을 펼쳐놓고 러시아어를 조금씩 공부하기도 했다.

 

여행이 이어지면서 처음보다 아는 표현도 조금 늘었다.

물론 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렸다.

그래도 유난히 오래 살아남은 단어가 하나 있다.

 

니옛(Нет).

'아니오'라는 뜻이다.

문제는 니옛이 너무 입에 붙어버렸다는 것.

나중에 일본어를 쓸 때 일본어의 '아니오'인 이이에(いいえ)가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

니옛...?
이이에...?
니에...?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러시아어와 일본어가 정체불명의 제3언어를 만들고 있었다ㅋㅋ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

그렇게 통로 쪽 2층 침대에 올라 첫 번째 횡단열차에서의 밤을 보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 약 12시간.

지금 생각하면 앞으로 타게 될 열차들에 비하면 짧은 구간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나에게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러시아 장거리 열차도 처음.

침대가 있는 열차에서 자는 것도 처음.

러시아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 곳에서 혼자 기차를 찾아 타는 것도 처음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객차를 못 찾아 역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열차에 올라왔고,

어떻게든 내 자리도 찾았고,

어떻게든 침구도 깔았다.

이제 할 일은 하나였다.

자고 일어나면 하바롭스크!

 

횡단열차에서 맞이한 아침

눈을 뜨니 어두웠던 객실 안으로 아침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밤에 처음 열차에 올랐을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전날 밤에는 어디가 내 객차인지도 몰라 플랫폼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그래도 나는 제대로 된 열차 안에서 눈을 떴다.

 

이제야 여유가 생겨 열차안에 누워서 한 컷 찍었다ㅎ

 

첫 번째 시베리아 횡단열차, 무사히 탑승 완료 🚂✨

 

그리고 2019년 8월 9일 오전 9시 54분.

 

두 번째 도시 하바롭스크에 도착했다.

 

첫 횡단열차부터 객차를 못 찾아 헤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사히 첫 구간을 이동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12시간짜리 야간열차가 꽤 긴 여행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하바롭스크 다음에는 이보다 훨씬 긴 열차 이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전에 잠시 열차에서 내려,

두 번째 도시 하바롭스크를 구경해볼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