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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유럽여행

[시베리아 횡단여행] 10. 러시아 바이칼 호수와 알혼섬 Day 1

by 채록_ 2026. 9. 11.

알혼섬에 도착하면 어디로 가야 할까?

2019년 8월 13일, 이르쿠츠크에서 미니버스와 페리를 번갈아 타고 드디어 알혼섬에 도착했다.

알혼섬에서 여행자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후지르 마을이다.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인 부르한곶과 샤먼바위까지 걸어갈 수 있고, 북부투어를 운영하는 니키타 하우스도 이곳에 있다.

알혼섬에 도착한 첫날에는 따로 투어를 신청하지 않고 후지르 마을과 바이칼호 주변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알혼섬 첫날의 주요 일정

  • 후지르 마을 산책
  • 부르한곶과 샤먼바위 구경
  • 바이칼호 물가까지 내려가기
  • 니키타 하우스에서 다음 날 북부투어 예약
  • 밤의 후지르 마을을 걸어 숙소로 돌아가기

마을에 소가 돌아다닌다고요?

작고 평화로웠던 후지르 마을

숙소에 짐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후지르 마을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담했다. 화려한 건물이나 반듯하게 정비된 도로보다는 낮은 집과 흙길이 이어지는 소박한 마을이었다.

아담한 후지르 마을
아담한 후지르 마을

그런데 마을을 걷다 보니 조금 신기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소가 있었다.

누가 데리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소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을 안을 돌아다녔다. 멀리 바이칼호를 배경으로 서 있는 소를 보고 있으니 알혼섬에 왔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후지르 마을과 소
후지르 마을과 소
바이칼 호수와 소
바이칼 호수와 소

마을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처음 걷는 길인데도 복잡하지 않아 발길이 가는 대로 돌아다니기 좋았다.

알혼섬에서 발견한 솟대 같은 조형물

길을 걷다가 높은 기둥 위에 새가 앉아 있는 듯한 조형물도 발견했다.

솟대인가?
솟대인가?

우리나라의 솟대와 비슷해 보여서 신기했다.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진 조형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낯선 러시아의 섬에서 익숙한 모습과 닮은 것을 발견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알혼섬은 자연 풍경뿐 아니라 마을 곳곳에 있는 작은 조형물과 흔적까지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바이칼호에서 꼭 봐야 하는 샤먼바위

두 개의 바위가 나란히 있는 이곳은 어디일까?

마을을 지나 바이칼호 쪽으로 계속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두 개의 바위를 만났다.

부르한곶에 있는 샤먼바위
부르한곶에 있는 샤먼바위

당시에는 두 바위가 함께 있는 작은 섬의 이름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곳은 부르한곶에 있는 샤먼바위였다.

바이칼호를 배경으로 나란히 솟은 바위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다음 날 일몰을 보기 위해 다시 찾아왔을 정도로 알혼섬을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혼자 사진을 찍다가 생긴 일

바이칼호와 샤먼바위를 사진에 담으며 혼자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근처에 있던 외국인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더니 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ㅋㅋㅋㅋ

혼자 여행하면 풍경 사진은 많아도 내 사진은 남기기 어렵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찍어주겠다고 하시니 감사하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외국인 아저씨가 찍어준 사진
외국인 아저씨가 찍어준 사진
외국인 아저씨가 찍어준 사진2
외국인 아저씨가 찍어준 사진2

 

그러고는 저 바위에 앉아보라고 하면서 또 사진을 찍어주셨다ㅋㅋㅋㅋ

 

열정적인 사진사님 덕분에 샤먼바위와 바이칼호를 배경으로 내 모습까지 제대로 남길 수 있었다.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의 작은 친절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바이칼호 물은 얼마나 맑을까?

바닥의 돌이 그대로 보이던 호수

샤먼바위를 둘러본 뒤 물가까지 내려가 보았다.

가까이에서 본 샤먼바위
가까이에서 본 샤먼바위

가까이에서 본 바이칼호는 더욱 놀라웠다.

물이 정말 맑았다.

자갈이 깔린 호숫가와 물속의 돌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투명하기까지 하다니, 왜 바이칼호가 특별한 곳으로 불리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진짜 투명한 호수
진짜 투명한 호수

사진을 찍고 또 찍어도 눈으로 보는 색과 투명함이 전부 담기지 않았다.

정말, 진짜진짜 예뻤다.

오랜 시간 기차와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 기둥에 천이 잔뜩 묶여 있는 이유는?

후지르 마을 곳곳에서 만난 샤머니즘의 흔적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파란색 기둥과 형형색색의 천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세르게
세르게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무속 신앙과 비슷한 것인가 싶었다.

특히 부르한곶 근처에는 여러 개의 기둥이 나란히 서 있었고, 기둥마다 수많은 천이 묶여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기둥은 부랴트 문화의 ‘세르게’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알혼섬에서 샤머니즘의 흔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풍경 중 하나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천 조각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바이칼호의 풍경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알혼섬은 단순히 호수가 아름다운 여행지가 아니었다. 섬 전체에 오래된 믿음과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알혼섬 북부투어는 어디서 예약했을까?

숙소에 투어가 없다면 니키타 하우스로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는 별도의 투어를 제공하지 않았다.

알혼섬의 더 넓은 지역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다른 숙소에 가서 투어를 예약해야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니키타 하우스였다.

니키타 하우스는 알혼섬에서 유명한 숙소이자 투어를 운영하는 곳이었다. 인기가 많아서 여행을 준비할 당시 나는 이곳의 숙박을 예약하지 못했다.

숙박은 하지 못했지만 다음 날 출발하는 북부투어는 신청할 수 있었다.

직접 찾아가 무사히 투어를 예약하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다음 날에는 걸어서 갈 수 없는 알혼섬 북쪽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달빛 아래 후지르 마을을 걸으며

알혼섬의 첫날이 끝나다

북부투어 예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가로등이 많지 않은 후지르 마을은 낮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후지르 마을의 밤
후지르 마을의 밤

 

어두운 마을길 위로 달이 밝게 떠 있었다.

낯선 길을 혼자 걷고 있었지만 주변이 조용해서인지 이상하게 마음은 편안했다. 낮에 보았던 소박한 집과 흙길도 달빛 아래에서는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무섭도록 흔들려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후지르 마을을 걷고, 맑은 바이칼호와 샤먼바위를 만난 뒤에는 힘들게 찾아온 보람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알혼섬 북부투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으로도 전부 담기지 않았던 바이칼호는 북쪽으로 갈수록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다음 편에서는 알혼섬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북부투어와 샤먼바위의 일몰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