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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여행

[시베리아 횡단여행] 6. 하바롭스크를 떠나는 날

by 채록_ 2026. 9. 9.

2019년 8월 10일.

하바롭스크에서의 짧은 1박을 마치고 다시 길을 떠나는 날이다.

전날에는 중앙시장부터 아무르강, 그로데코프 박물관까지 하루 종일 걸어다녔고, 이날은 점심을 먹은 뒤 곧바로 하바롭스크역으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는 이르쿠츠크.

하지만 그전에 하바롭스크에서 먹은 마지막 식사가 하나 남아 있다.

햄버거 안에 감자칩이 들어 있었던, 지금도 꽤 선명하게 기억나는 햄버거다ㅋㅋㅋ


하바롭스크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햄버거

흘레보먀스 감자칩 버거
흘레보먀스 감자칩 버거

숙소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사진과 당시 동선을 다시 찾아보니 내가 갔던 곳은 하바롭스크 중심가의 버거집 Хлебомясъ(흘레보먀스)였다.

러시아어로 Хлеб은 빵, мясо는 고기라는 뜻이라 이름부터 아주 정직하다.

빵 + 고기.

버거집 이름으로 이보다 명확할 수 있을까ㅋㅋㅋ

 

햄버거는 꽤 푸짐하게 나왔다.

두툼한 패티에 채소가 들어 있었고, 옆에는 피클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큼지막한 오이 한 조각도 함께 나왔다.

 

그런데 이 햄버거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햄버거 안에 감자칩을 넣는다고?

흘레보먀스 감자칩 버거
흘레보먀스 감자칩 버거

햄버거를 열어보니 패티와 채소 사이에

감자칩이 들어 있었다.

 

감자칩을 햄버거 옆에 곁들여 먹는 건 익숙한데, 아예 감자칩을 햄버거 속에 넣어버린 건 처음 봤다.

바삭한 감자칩이 한 장 두 장 들어간 정도도 아니고 꽤 존재감 있게 들어가 있어서 당시에도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맛은 이제 흐릿한데 이상하게 감자칩은 기억난다.


배를 채웠으니 다시 하바롭스크역으로

 

이르쿠츠크 가는 열차표
이르쿠츠크 가는 열차표

햄버거를 먹고 하바롭스크역으로 향했다.

역에서 출력한 승차권도 사진으로 남아 있다.

출발지는 ХАБАРОВСК 1, 하바롭스크 1역.

목적지는 ИРКУТСК ПАССАЖИРСКИЙ, 이르쿠츠크 파사쥐르스키역.

러시아 여행 전에는 저 키릴문자가 정말 암호처럼 보였는데, 긴 지명들을 몇 번씩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익숙해진다.

 

그리고 저기 15:00 출발시각 옆 14n 부분이 열차 호칸 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기억으로 이번에는 티켓을 출력했다.

확실히 보기 편한거 같다ㅋㅋㅋ

 

열차 출발은 오후 3시였다.

조금 일찍 승강장으로 들어가서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을 구경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왼쪽, 모스크바는 오른쪽

모스크바 방향으로 타야한다
모스크바 방향으로 타야한다

 

승강장에 들어가자 하바롭스크 역명판이 보였다.

Хабаровск
Khabarovsk

 

그리고 그 아래에는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다.

← Владивосток / 블라디보스토크
→ Москва / 모스크바

 

이 표지판은 지금 봐도 마음에 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었고, 이제는 모스크바 쪽을 향해 조금씩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물론 다음 목적지는 이르쿠츠크였지만,

이렇게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가 하나의 표지판에 함께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러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실감났다.

지도를 펼쳐놓고 볼 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기차를 기다리다가 객차 연결하는 것도 봤다

객차 연결 전
객차 연결 전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철도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객차와 객차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객차 사이에서 작업하는 모습
직원들이 객차 사이에서 작업하는 모습

 

평소 기차역에 가면 이미 길게 연결되어 있는 완성된 열차만 보게 된다.

그런데 이날은 출발을 준비하면서 객차를 실제로 연결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이 객차 사이에 들어가 연결부를 확인하고, 이것저것 점검하는 모습이 꽤 신기했다.

시베리아 횡단여행을 하면서 이런 장면들도 재미있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낯선 풍경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곧 탈 열차를 지금 만들고 있네?”

하는 느낌이 묘했다ㅋㅋㅋ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탔다

탑승 직전 내가 탈 14호차
탑승 직전 / 내가 탈 14호차

 

그렇게 출발 준비가 끝나고 나도 열차에 올라탔다.

하바롭스크에서 보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딱 하루 정도 도시를 돌아다니고, 다음 날 점심을 먹은 뒤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열차를 탔을 때와는 기분이 조금 달랐다.

이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한 번 경험해봤으니

“기차가 대충 이런 곳이구나.”

하는 감은 생겼다.

 

문제는 이번 열차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

다음 목적지 이르쿠츠크까지,

열차에서 보내야 할 시간은 약 62시간.

 

이틀을 훌쩍 넘는 시간을 거의 기차 안에서만 보내야 했다.

밥은 어떻게 먹었는지,

잠은 잘 잘 수 있었는지,

씻는 건 어떻게 했는지,

그 긴 시간을 도대체 뭘 하면서 보냈는지.

그리고 실제로 62시간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보내보니 어떤 느낌이었는지.

 

다음 편은 하바롭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62시간 동안 직접 타본 시베리아 횡단열차 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