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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여행

[시베리아 횡단여행] 5. 하바롭스크에서 보낸 하루

by 채록_ 2026. 9. 9.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도착한 두 번째 도시, 하바롭스크.

 

2019년 8월 9일, 하바롭스크에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중앙시장을 돌아다녔고, 점심을 먹은 뒤에는 딱히 서두르지 않고 시내를 계속 걸었다.

콤소몰스카야 광장과 우스펜스키 대성당을 지나 아무르강이 보이는 공원까지 걷고, 그로데코프 박물관에서는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지금 사진을 다시 꺼내보면 하바롭스크에서는 유명 관광지를 하나씩 찾아다녔다기보다, 그냥 도시를 천천히 걸어다녔던 기억이 더 강하다.🚶


중앙시장 구경하고 러시아 음식으로 점심

중앙시장을 구경한 뒤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하바롭스크의 점심
점심은 돼지고기+감자,

 

철판 위에는 감자와 고기가 수북하게 올라가 있었고 위에는 파가 송송 뿌려져 있었다.

정확한 메뉴 이름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러시아에 왔으니 현지에서 먹는 음식을 먹어보겠다고 골랐던 것 같다.

 

그리고 음식 옆에 있는 빨간 음료.

러시아 음료라고 해서 일부러 주문했다ㅋㅋㅋ

 

러시아의 전통적인 베리 음료인 모르스(морс)이다.

모르스는 베리를 이용해 만드는 무탄산 음료로, 라즈베리나 링곤베리, 체리, 크랜베리 등 여러 종류의 베리를 사용한다. 전통적으로는 으깬 베리에 물과 설탕을 넣은 뒤 식혀서 마셨다고 한다. 

 

러시아까지 왔으니 러시아 전통음료 마셔줘야지👍


추운 지방이어도 아이스크림은 사랑하는구나

 

아이스크림 가게

밥을 먹고 다시 하바롭스크 시내를 걸었다.

그런데 돌아다니면서 은근히 자주 눈에 들어오던 게 있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이때 했던 생각도 아직 기억난다.

러시아 사람들은 이렇게 추운 지방에 사는데 아이스크림을 참 좋아하나 보다ㅋㅋㅋ

저런 작은 판매대가 시내 곳곳에 있었다.

 

8월이라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덥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은 없다.

이번에 당시 기상기록을 다시 찾아보니 2019년 8월 9일 하바롭스크의 기온은 18~21도 정도, 낮 최고기온도 21도였다. 약한 비가 조금 내렸고 바람도 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반팔로 다니기에는 괜찮지만 한여름의 뜨거운 날씨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던 날이다.

그런 날씨에도 길거리 곳곳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으니 당시에는 더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바롭스크 중심을 걷다 만난 콤소몰스카야 광장

기념비
콤소몰스카야 광장

계속 걷다 보니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여기는 콤소몰스카야 광장.

광장 한가운데에는 높다란 기념비가 서 있었다.

당시에는 그냥 크고 눈에 띄는 기념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러시아 내전 당시 극동지역의 영웅들을 기리는 기념비였다.

여행할 때는 이름도 모르고 지나갔던 장소들이 많았는데, 몇 년 뒤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하나씩 이름을 알아가는 것도 꽤 재미있다.

그리고 이 광장에서 내 눈에 더 들어왔던 건 따로 있었다.


파란 지붕이 너무 예뻤던 우스펜스키 대성당

우스펜스키 대성당
우스펜스키 대성당

광장 옆에서 보였던 우스펜스키 대성당.

흰색과 붉은색이 섞인 건물 위로 파란 지붕과 금빛 돔이 올라가 있는데, 멀리서 봐도 정말 예뻤다.

특히 저 파란 지붕이 너무 눈에 띄어서 자연스럽게 성당 가까이까지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 정교회 성당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있었다.

사진을 다시 봐도 흐린 하늘 아래 파란색 지붕이 유독 또렷하게 보인다.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 공원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 공원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 공원

성당을 보고 조금 더 걸으니 나무가 울창한 공원이 이어졌다.

여기는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 공원.

공원 정자
공원 정자

공원은 산책하기 좋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하바롭스크에서는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이렇게 아무르강 근처를 천천히 걸었던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하바롭스크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곳, 그로데코프 박물관

공원을 걷다가 그로데코프 하바롭스크 지방박물관에도 들어갔다.

하바롭스크와 러시아 극동지역의 자연, 역사, 민족문화 등을 다루는 박물관인데,

하바롭스크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곳을 하나 고르라면 나는 여기다.

그로데코프 박물관 1
그로데코프 박물관 2
그로데코프 박물관 3

 

진짜같지만 진짜가 아니다.

모형인데도 너무 진짜 같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에 여행기를 쓰려고 당시 사진을 다시 정리하다가 재미있는 사실도 하나 발견했다.

내가 방문했던 2019년 당시 박물관에서는

「Сотканная история. Советские тематические ковры и панно」

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말로 하면 ‘직조된 역사, 소련의 테마 카펫과 패널’ 정도다.

이 전시는 2019년 3월 29일 개막했고, 모스크바의 러시아 현대사 중앙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39점의 카펫과 패널을 하바롭스크에서 선보였다.

전시된 작품에는 혁명, 초기 5개년 계획, 전쟁과 승리, 스탈린 시대, 흐루쇼프의 해빙, 브레즈네프 시대와 고르바초프 시대까지 소련의 20세기 역사가 담겨 있었다. 상당수 작품은 제작된 뒤 거의 공개되지 않았거나 당시 처음 전시되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로데코프 박물관 4
전시된 카펫
그로데코프 박물관 5
인물 카펫

특히 재미있는 건 표현 방식이다.

역사적인 사건이나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산업, 대규모 건설, 우주개발 같은 소재까지 카펫에 담았다.

현지 기사에는 금속공업이나 화학 생산 과정까지 카펫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었다고 소개돼 있다.

지금 보면 꽤 독특한 전시인데,

당시에는 그냥

“러시아 박물관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돌아다녔던 것 같다ㅋㅋㅋ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전시는 2019년 8월 25일까지 열렸다.

내가 갔던 날이 8월 9일이니 전시가 끝나기 얼마 전에 운 좋게 보고 온 셈이다.

사진을 정리하고 나서야

“아, 내가 그때 이런 전시를 봤던 거구나.”

하고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

그로데코프 박물관 6
의복

또 이런 의복도 전시되어있어 더더욱 재미있게 봤었다.

 

하바롭스크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박물관인 이유도 아마 이런 낯선 전시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인 것 같다.

러시아 역사학회 ‘직조된 역사’ 특별전 소개

2019년 하바롭스크 현지 특별전 기사


평화로운 공원 산책

유원지 풍경
유원지 풍경

박물관을 나와 다시 공원 산책 스타트!

그런데 나무 사이로 갑자기 커다란 대관람차가 나타났다.

아래에는 작은 놀이기구와 매점들도 늘어서 있었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유명 관광지라기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산책하다가 놀러 오는 강변 유원지 같은 분위기였다.

하바롭스크에서는 이렇게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걸어다니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을 발견하는 시간이 많았다.

 

특별한 건 없는데,

그냥 걷기는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하바롭스크에 대한 내 인상과 가장 비슷한 말인 것 같다.


잠깐, 이게 I LOVE 하바롭스크가 아니었다고?

i love.....
I love ?????

그리고 길을 걷다가 이런 조형물을 발견했다.

Я ❤️ ДВГАФК

 

나는 이걸 7년 동안 I LOVE 하바롭스크 같은 포토존인 줄 알았다.

진짜로ㅋㅋㅋ

 

여행지마다 하나씩 있는

I ❤️ NEW YORK

이런 종류의 조형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하바롭스크 여행기를 쓰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뜻을 찾아봤다.

ДВГАФК는 하바롭스크가 아니었다........

 

Дальневосточная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академия физической культуры

 

우리말로 하면

극동국립체육아카데미.

 

그러니까 저 조형물의 뜻은...

“나는 극동국립체육아카데미를 사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

 

7년 동안 하바롭스크 사랑 조형물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남의 학교 사랑한다고 적힌 조형물을 열심히 찍어온 거였다.

 

이번 하바롭스크 여행 복기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


러시아 여행에서 마트 구경은 빼놓을 수 없지

걷다가 마트에도 들어갔다.

그런데 음료 코너에서 굉장히 익숙한 걸 발견했다.

밀키스.

그것도 멜론맛, 망고맛, 딸기맛까지 종류가 꽤 많았다.

밀키스
밀키스다!

 

바로 옆에는 한글로 큼지막하게 스파클링이라고 적혀 있는 츄파춥스 음료도 있었다.

해외여행을 하다가 한국어를 발견하면 별것도 아닌데 괜히 반갑다.

나도 신기했는지 사진을 여러 장 찍어놨다ㅋㅋㅋ

스파클링
스 파 클 링

 

그리고 러시아 마트에 왔다는 느낌을 제대로 줬던 소시지 코너.

봉 형태의 소시지가 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종류도 엄청 많았다.

한국 마트의 햄 코너와는 분위기가 꽤 달랐다.

소시지가 주렁주렁
소시지가 주렁주렁

 

나는 여행을 가면 유명 관광지만큼 현지 마트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 나라 사람들이 평소 뭘 먹고 사는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니까.


하바롭스크의 하루는 레닌 광장에서 마무리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레닌 광장까지 왔다.

레닌광장
멀리서 바라본 레닌광장

그리고 내가 묵었던 카욧-콤파니야 호스텔(Хостел Кают-компания)도 레닌 광장에서 걸어서 금방 갈 정도로 가까웠다.

숙소 예약내역서
예약내역

여성 8인 도미토리였고 가격은

1박 700루블.

당시 예약금액으로 약 10,900원이었다.

지금 봐도 정말 싸다ㅋㅋㅋ

중앙시장부터 아무르강까지 하루 종일 걸어다녔으니 이쯤에서 숙소로 돌아가 쉬었던 것 같다.


하바롭스크 여행, 다시 돌아보니

하바롭스크에서 보낸 하루는 꽤 좋았다.

복잡하지 않은 시내를 천천히 걸어다니는 것도 좋았고, 아무르강을 따라 이어지는 공원도 산책하기 좋았다.

무엇보다 그로데코프 박물관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번에 사진을 다시 정리하면서 내가 방문했을 때 소련 시대 카펫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니 당시 기억도 조금 더 또렷해졌다.

다만 하바롭스크만을 보기 위해 다시 여행을 계획하고 싶을 정도로 강하게 끌리는 도시는 아니었다.

좋았고,

도시를 거니는 재미도 있었지만,

하바롭스크만의 특별함은 조금 부족했다.

시베리아 횡단여행을 하다가 하루 정도 머물며 천천히 걸어보기 좋은 도시.

내게 하바롭스크는 그런 곳으로 남아 있다.

⭐ 나의 하바롭스크 평점

2.5 / 5

박물관은 재미있었다.
도시를 거니는 것도 좋았다.
다만 특별하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던 도시.

이렇게 하바롭스크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짐을 챙겨 하바롭스크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 전에 러시아에서 먹었던 조금 특이한 햄버거도 하나 남아 있다.

다음 편은 하바롭스크에서의 마지막 식사와,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