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후기/유럽여행

[시베리아 횡단여행] 9. 러시아 바이칼 호수 보러 이르쿠츠크에서 알혼섬까지 이동하기

by 채록_ 2026. 9. 10.

이르쿠츠크에서 알혼섬까지 어떻게 이동했을까?

 

2019년 8월 13일 새벽 3시 7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드디어 이르쿠츠크역에 도착했다.

이르쿠츠크에서 알혼섬의 중심 마을인 후지르까지는 버스와 페리를 이용해 이동했다. 오전 7시 35분에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을 출발해 약 6시간을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이르쿠츠크에서 알혼섬까지 이동 정보

버스 예약 내역
버스 예약 내역

  • 이동 경로: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 → 알혼섬 후지르
  • 버스 번호: 504번
  • 출발 예정 시각: 오전 7시 35분
  • 도착 예정 시각: 오후 1시 14분
  • 좌석: 17번
  • 요금: 735루블
  • 이동 방법: 미니버스와 페리

그런데 나는 이 표를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뒤에야 예약했다.

왜 이렇게 급하게 예약했냐면…….

열차에서 인터넷이 안 된다고요?

새벽 3시, 알혼섬행 버스부터 예약하기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LTE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알혼섬에 들어가는 교통편을 미리 예약하려고 했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버스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지?’

‘여기까지 왔는데 알혼섬에 못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열차 안에서 계속 걱정만 하다가 새벽 3시 7분, 이르쿠츠크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리다
열차에서 내리다

하지만 혼자 낯선 도시의 새벽길을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았다. 일단 안전한 역 안에 머물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역 안에 문을 연 핫도그 가게가 있었다.

 

자리를 잡고 핫도그와 콜라를 주문한 뒤, 가장 먼저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버스표부터 검색했다.

새벽부터 핫도그가 먹고 싶었다기보다는 안전한 곳에 앉아 인터넷을 사용하며 버스를 예약할 장소가 필요했다.

핫도그와 콜라
핫도그와 콜라

다행히 오전 3시 25분,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에서 알혼섬 후지르로 향하는 버스를 예약할 수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4분 뒤에는 8월 15일 후지르에서 이르쿠츠크로 돌아오는 버스까지 예약했다.

알혼섬에 들어갈 방법도 생겼고, 다시 나올 방법도 생겼다.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ㅠㅠ

버스표는 구했지만 바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버스 출발 시각은 오전 7시 35분.

표는 구했지만 출발까지 네 시간 넘게 남아 있었다. 아직 밖은 깜깜했고 혼자 이동하기에는 불안했다.

그래서 핫도그와 콜라를 먹으며 역 안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냈다. 예약 내역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면서 바깥이 밝아지기만 기다렸다.

 

이제 정말 알혼섬에 갈 수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밤새 이어졌던 걱정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해가 뜰 때쯤 버스터미널로

얀덱스 택시에서 본 어스푸름한 하늘

오전 5시 39분, 주변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을 때 얀덱스 택시를 불렀다.

이르쿠츠크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약 5.3km. 이동 시간은 8분 정도였고 요금은 180루블이었다.

얀덱스 택시
얀덱스 택시

밤길을 혼자 이동하는 것은 무서웠지만, 해가 뜨기 시작하니 조금 안심됐다.

택시를 타고 도시를 달리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정말 예뻤다.

밤과 아침 사이의 어스푸름한 하늘, 잔잔한 강, 하나둘 꺼져가던 가로등.

급하게 표를 예약하고 긴장한 채 역에서 기다렸던 시간도 잠시 잊을 정도였다.

택시 내부에서 바라본 도로
택시 내부에서 바라본 도로
택시 창밖으로 찍은 새벽하늘과 강
택시 창밖으로 찍은 새벽하늘과 강

 

여행이 끝난 뒤에도 이때 택시 안에서 바라본 이르쿠츠크의 새벽빛은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았다.

버스터미널 옆 마트에서 먹을 것 사기

오전 6시가 조금 넘어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

터미널 바로 옆에는 작은 마트가 있었다.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 마트에 들어가 이동하면서 먹을 음식을 간단히 샀다.

슈퍼마켓
슈퍼마켓

그리고 오전 7시 30분쯤, 드디어 후지르로 향할 차를 찾았다.

이 미니버스를 타고 알혼섬까지 간다고요?

옆자리 승객과 함께 떨었던 이동

내가 타게 된 차량은 일반적인 대형버스가 아니었다.

흰색 미니버스, 우리나라로 치면 봉고차와 비슷하게 생긴 차량이었다.

 

곧 타게 될 미니버스
곧 타게 될 미니버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이동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구간에 들어가자 차가 엄청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덜컹!

또 덜컹!

몸이 좌석에서 튀어 오를 정도로 차가 흔들리니 점점 무서워졌다.

옆에는 서양인 아주머니가 타고 있었는데, 그분도 나만큼 무서웠던 모양이다. 차가 크게 흔들릴 때마다 둘이 동시에 놀라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ㅋㅋㅋㅋ

말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표정만으로 충분했다.

‘지금 이거 괜찮은 거 맞죠?’

‘저도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당시에는 정말 긴장됐다.

휴게소에서 만난 시베리아의 풍경

오전 9시가 넘어 차가 어느 휴게소에 멈췄다.

계속 흔들리는 차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살 것 같았다.

중간에 들린 휴게소
중간에 들린 휴게소

잠시 쉬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휴게소 뒤로 펼쳐진 초원과 하늘이 무척 아름다웠다.

휴게소에서 바라본 초원과 하늘
휴게소에서 바라본 초원과 하늘

 

푸른 하늘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을 보고 있으니 조금 전까지 무서워했던 것도 잠시 잊혔다.

시베리아에서는 이동하는 길마저 하나의 여행이 되었다.

드디어 바이칼호를 건너 알혼섬으로

오전 11시 15분, 페리에 오르다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바이칼호를 건너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오전 11시 15분쯤 페리에 올라탔다.

알혼섬 가는 페리
알혼섬 가는 페리

 

배 위에서 바라본 바이칼호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호수인데 바다라고 해도 믿을 만큼 넓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바이칼호를 직접 건너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했다.

짧은 항해를 마치고 오전 11시 30분쯤 알혼섬에 도착했다.

물론 여기서 이동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페리에서 내린 뒤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후지르 마을까지 더 들어가야 했다.

그래도 마음만은 이미 알혼섬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알혼섬에 도착했다

알혼섬 도착
알혼섬 도착

열차에서 인터넷이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고, 새벽 3시에 핫도그 가게에 앉아 급하게 버스를 예약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택시를 타고, 무서울 정도로 흔들리는 미니버스를 견디고, 마지막으로 바이칼호를 건너는 페리까지 탔다.

그렇게 먼 길을 지나 드디어 알혼섬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보았던 어스푸름한 새벽하늘과 넓은 초원, 처음 마주한 바이칼호까지 어느 장면 하나 선명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후지르 마을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마을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들, 낯선 기둥에 묶인 수많은 천, 믿기 어려울 만큼 맑았던 바이칼호.

 

본격적인 알혼섬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음 편에서는 알혼섬에 도착한 첫날, 후지르 마을을 걸으며 만난 풍경과 샤먼바위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