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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유럽여행

[시베리아 횡단여행] 11. 러시아 바이칼 호수와 알혼섬 Day 2

by 채록_ 2026. 9. 11.

알혼섬 북부투어는 어떻게 진행될까?

2019년 8월 14일, 알혼섬에서의 둘째 날.

이날은 오전 10시부터 니키타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알혼섬 북부투어에 참여했다.

차를 타고 알혼섬 북쪽의 여러 전망대를 둘러본 뒤, 중간중간 내려 바이칼호와 절벽을 구경하는 일정이었다. 투어에는 숲속에서 먹는 점심도 포함되어 있었다.

알혼섬 북부투어 일정

  • 오전 10시 니키타 하우스 출발
  • 미니버스를 타고 북부 포토스폿 이동
  • 바이칼호 주변 산책과 짧은 트레킹
  • 북쪽의 호보이곶 방문
  • 숲속에서 생선 수프와 빵으로 점심 식사
  • 오후 4시 무렵 투어 종료
  • 저녁에 부르한곶으로 이동해 샤먼바위 일몰 감상

러시아 휴지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휴지심이 없는 화장지

북부투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기록해두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러시아에서 사용했던 휴지다.

숙소에 있던 휴지인데, 아침에 화장실 갔다가 특이해서 찍었다ㅋㅋㅋ

휴지심이 없는 러시아 휴지
휴지심이 없는 러시아 휴지

가운데 휴지심이 없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종이의 질감도 우리나라 휴지와 달랐다.

부드러운 화장지라기보다는 오래된 신문지를 돌돌 말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이 휴지를 보며 혼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ㅋㅋㅋㅋ

오전 10시, 니키타 하우스 북부투어 출발

후지르 마을을 걸어 니키타 하우스로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니키타 하우스로 걸어갔다.

아침의 후지르 마을
아침의 후지르 마을

푸른 바이칼호와 소박한 후지르 마을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출발 시간이 가까워졌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날 이동할 장소가 표시된 지도도 받았다. 지도에는 북쪽의 호보이곶을 향해 올라가는 경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알혼섬 북부투어 지도
알혼섬 북부투어 지도

오전 10시, 사람들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드디어 알혼섬 북부투어 출발!

투어 차량 탑승 완료, 출발!
투어 차량 탑승 완료, 출발!

북부투어에서는 어떤 풍경을 만날까?

첫 번째 포토스폿의 귀여운 주인공

차를 타고 첫 번째 포토스폿에 도착했다.

그런데 멋진 풍경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존재가 있었다.

바닥에 편안하게 누워 있는 강아지 한 마리였다.

귀여운 강아지
귀여운 강아지
포토스팟에 누워있다
포토스팟에 누워있다

사람들이 주변에서 사진을 찍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이곳의 진짜 주인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누워 있었다.

귀여운 강아지를 지나 전망대 쪽으로 걸어가자 본격적인 바이칼호의 풍경이 펼쳐졌다.

알혼섬 북부투어 초반에 본 바이칼 호수
알혼섬 북부투어 초반에 본 바이칼 호수

호수의 색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예뻤다.

진한 파란색과 밝은 청록색이 섞인 물빛을 보고 있으니 눈앞에 있는 풍경인데도 현실 같지 않았다.

바이칼호의 파도에 손을 담가보다

다음 장소에서는 호숫가 가까이까지 내려갔다.

바이칼 호수 가까이
바이칼 호수 가까이

호수라고 하면 잔잔한 물을 떠올리기 쉬운데, 바이칼호에는 바다처럼 파도가 치고 있었다.

물이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직접 손을 담가보았다.

차가워
차가워

차가운 물이 손끝에 닿았다.

‘내가 정말 바이칼호에 와 있구나.’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물에 손을 담가보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호수 옆 절벽을 따라 트레킹하기

걸을수록 달라지는 바이칼호의 색

차에서 내려 숲길과 절벽 주변을 걷는 짧은 트레킹도 이어졌다.

트레킹 시작

조금만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 바이칼호의 모습이 계속 달라졌다.

어떤 곳에서는 짙은 남색으로 보이다가도 햇빛을 받으면 맑은 청록색으로 변했다.

바이칼 호수
바이칼 호수

 

호수 색깔이 진짜 너무너무너무 예뻤다.

카메라를 어디로 향해도 그림 같은 풍경이 담겼다. 하지만 사진으로 확인하면 내가 눈으로 본 색보다 부족해 보였다.

이 풍경을 혼자 보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다음에는 꼭 부모님과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이동해야 하고 오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이곳의 풍경은 그 모든 수고를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러시아에 온다면 알혼섬은 꼭 와야 한다.

괜히 내가 러시아 여행의 추천 경로를 ‘이르쿠츠크와 알혼섬으로 입국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국하는 일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무에 묶인 천은 무엇일까?

알혼섬 곳곳에서 만난 샤머니즘의 흔적

트레킹을 하다 보니 나뭇가지에 형형색색의 천이 묶여 있었다.

천이 묶인 나무
천이 묶인 나무

 

전날 후지르 마을에서 보았던 파란 기둥과 세르게가 떠올랐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에 묶인 천이 흔들렸다. 맑은 바이칼호와 드넓은 하늘, 그 사이에서 움직이는 천의 모습이 묘하게 신비로웠다.

알혼섬은 단순히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섬 전체에 오래된 믿음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알혼섬 북쪽 호보이곶에 도착하다

투어 차량을 타고 더 북쪽으로 이동해 호보이곶 주변을 걸었다.

호보이곶 주변
호보이곶 주변

 

절벽 아래로 펼쳐진 바이칼호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탁 트인 전망 앞에 서 있으니 내가 호수가 아니라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호보이곶 주변
호보이곶 주변

 

가파른 절벽 주변을 걸을 때는 조금 긴장되기도 했지만, 고개를 돌릴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 계속 걷고 싶어졌다.

북부투어 점심은 무엇이 나올까?

비주얼과 달리 정말 맛있었던 생선 수프

오후 2시가 넘어 숲속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었다.

야외에서 먹는 점심

 

커다란 냄비 안에는 생선과 감자, 당근이 들어간 따뜻한 수프가 끓고 있었다. 빵과 오이, 토마토도 함께 준비되어 있었다.

오물 수프
오물 수프

 

솔직히 처음 본 비주얼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거…… 맛있는 거 맞나? 비릴거 같은데...’

그런데 한입 먹어보고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의외로 맛있다!
의외로 맛있다!

이거 진짜 맛있다.

정말 맛있다.

생선살도 큼직하게 들어 있었고 따뜻한 국물이 오전 내내 돌아다니며 차가워진 몸을 풀어주었다.

'오물' 이라는 생선으로 바이칼 호수에만 서식한다고 한다. 

숲속에서 바이칼호를 구경한 뒤 먹어서 더 맛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당시의 맛이 기억날 정도다ㅋㅋㅋㅋ

북부투어가 끝나도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오후 4시, 다시 후지르 마을로

점심을 먹은 뒤에도 투어는 계속됐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며 절벽과 바이칼호가 보이는 장소에 여러 번 멈췄다.

점심먹고 마저 투어
점심먹고 마저 투어
점심먹고 마저 투어 2
점심먹고 마저 투어 2

오후 3시 47분쯤에는 차창 밖으로 넓은 초원이 보였다.

투어 마치고 돌아가는 길
투어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하루 종일 이어진 북부투어도 이제 끝나가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 쉬어도 됐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알혼섬에서 꼭 보고 싶은 풍경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샤먼바위 일몰은 꼭 봐야 할까?

다시 찾은 부르한곶

저녁이 되자 전날 다녀왔던 부르한곶을 다시 찾았다.

이번 목적은 샤먼바위 너머로 지는 해를 보는 것이었다.

일몰로 유명한 장소답게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ㅋㅋㅋㅋ

모두 샤먼바위와 바이칼호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해가 내려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몰보러 모여든 사람들
일몰보러 모여든 사람들

 

낮과는 전혀 달랐던 바이칼호

해가 내려가기 시작하자 바이칼호 위로 기다란 빛이 번졌다.

낮에는 눈부신 파란색이었던 호수가 저녁에는 따뜻한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샤먼바위와 일몰
샤먼바위와 일몰
샤먼바위와 일몰2
샤먼바위와 일몰2
샤먼바위와 일몰3
샤먼바위와 일몰3

 

검은 실루엣이 된 샤먼바위 뒤로 해가 내려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전날 보았던 장소인데도 완전히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아침부터 차를 타고 이동하고 절벽과 숲길을 걸어 다녀 피곤했지만, 이 풍경을 보러 다시 나오길 정말 잘했다.

해가 거의 사라진 뒤에야 사람들도 하나둘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도 천천히 숙소로 향했다.

파란 바이칼호와 숲속에서 먹은 따뜻한 생선 수프, 바람에 흔들리던 천, 그리고 샤먼바위 너머로 사라진 해까지.

 

이날 보았던 모든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렇게 알혼섬에서의 마지막 밤이 끝났다.

 

다음 날에는 너무나 아름다웠던 알혼섬을 떠나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갈 예정이다.